이순종 - 섬세하고도 섬뜩한, 그리고 아름다운  / KR

글. 박영택(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

미술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신의 삶의 환경에서 끊임없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바라보고 느끼고 이해하고 반응한 것들, 자신의 몸으로 겪은 세상에 대한 반응을 일상적인 사물들로 자연스럽게 표현해낸 것들이다. 삶이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의 감각의 더듬이로 해석한 삶의 자취들이다.

따라서 그 작업들은 기존의 관습적 조각의 관례와 전문가의 권위적 음성, 미술/조각이란 모종의 특권화된, 관념의 경화로 뭉쳐진 세계들과 거리가 먼 것들, 그런 것에서 풍기는 내음이 탈취된 것이었다.………… 미술이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작가라는 존재가 자신의 삶과 작업을 어떤 식으로 연결지어야 하는지를 물어보며 그 답을 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들 임을 보여주었다.…………

 

남성과 여성, 그 ‘사이’의 길 찾기 

…………어떤 사이와 틈에서 세계와 현실을 보는 이는 일방적인 지시체계와 통제에서 벗어나 모든 것들을 의심스럽게, 희한하고 엉뚱하고 우스꽝스럽게 본다. 그녀는 그렇게나 세계를 낯설게 느끼고 의아하게 만난다.…………진짜가 아닌 가짜로 이루어진 허구의 현실은 그래서 위장된 세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급속한 현대화, 산업화, 근대화의 세례를 받은 한국의 현실 역시 상당히 기묘한 모습을 띠고 있으며 어느 면에서는 실종된 문화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이렇게 하나의 대상에서 상반되는 요소를 동시에 부각시킴으로써 고정관념을 흐트려 놓으며 순간적인 혼돈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작가의 시각은 그가 문화적 중간지대에서 양자를 거리에 두고 관조하며 체득한 것으로, 관람객들은 이에 동참하면서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동양적 전통에서 시작한 여성성

…………5년간의 공백기 동안 작가를 매료시킨 것은 놀랍게도 동양의 화론과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였다. 전시 때마다 종잡을 수 없는 변신으로 관자를 놀랍게 했던 그녀는 석도의 ‘일획론’에서 시작된 모필 작업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그간 작가를 괴롭혀온 중추적인 문제는 지배적인 남성의 시각으로 작업해 온 자신의 모습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이었는데, 이순종은 육중한 덩어리 감으로 공간을 지배하는 남성적 시선의 조각 작업이 아닌 가느다란 한 줄기 선으로 전체 공간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새로운 공간 조각의 힘을 발견한다.…………

끊임없는 자기 탐구

…………작가는 인간의 나약함, 비겁함, 그 모든 것을 토대로 하여 나와 남이 이루는 삶의 관계를 모색하려 한다. 사람들이 행동과 말을 만들어내는 밑바닥에 대한 이 집요한 관심과 흥미는 결국 무의식에서 나오는 것들을 표현하게 한다. 인간의 나약한 형편에 대한 긍정, 가늘고 힘없는 재료들을 통해 그런 것들이 구조적으로 지탱되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세상을 긍정하고자 하는 태도다. 미술이란 행위 역시 그렇게 세계, 인간,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긍정하는 일에 다름이 아님을, 그리고 작업하는 일은 자신의 삶이 지속되는 순간까지 그런 모색과 반성과 감각을 멈추지 않고 부단히 독려하는 일임을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익살스럽고 낯설게 일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