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 이순종 전 / KR

[아트인컬쳐 2006년 12월호]

전시리뷰_이순종 전/9.6~9.30/아르코미술관

 

(글. 윤진섭 미술평론가/호남대 교수)

 

얼마 전에 병원에 갔다가 대한민국 전체가 정신병동이라는 의사의 우스갯소리에 같이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 딱히 어떤 부분에 대해 정신병동 운운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나 역시 적잖이 공감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배운다는 “빨리 빨리”란 단어가 그렇고, 도시의 빌딩에 덕지덕지 붙은 간판 같은 것이 그렇다. 지하철 안에서의 남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외치는 잡상인이나 광신자의 모습은 또한 어떤가. 그런 사회를 가리켜 우리는 스스로 ‘역동적’이라고 부르며 자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순종이 그려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역동성’이라는 치장의 이면에 가려진 본바탕으로서의 얼굴이다. 그것은 그의 작업이 현대판 풍속화 내지는 풍자화로 읽혀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매우 신랄한 어조로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고발한다. 장기간의 군부 통치로 인해 형성된 군사 문화에 대해서는 중국집 철가방에 담긴 군화로, 주체할 수 없는 성적 에너지는 음식점의 음식물 실사 이미지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신랄한 공격을 퍼붓는다.

 그는 화려한 음식물의 실사 이미지에서 여성들의 성적 이미지를 유추해낸다. 그의 말을 빌리면, 이 둘은 “현란하다는 점, 플라스틱 같다는 점, 독성이 있어 보인다는 점, 중독과 마비가 올 것 같다는 점, 나를 봐달라고 강요하는 점, 일회적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한다. 접시 위에 놓인, 온 몸에 고추장을 뒤집어 쓴 여자 인형이나 흰색의 장식 액자 속에 담긴 붉은 색의 살코기 이미지, 입맛 당기게 하는 떡볶이 이미지(<떡볶이 공화국>) 등은 모든 붉은 색이 공통점인데, 그는 이런 일련의 이미지에서 우리 사회가 지닌 허상의 이면을 정확하게 들춘다.

 그는 이들 이미지의 홍수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를 감지하는 것이다. 예민한 그의 촉수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마비돼 가는 우리 사회의 몸을 더듬어 뭔가를 진단하려고 애쓴다. 드디어 그는 “아, 뭔가 이상하다”고 외친다. 그 이상한 징후가 구체적으로 뭔지는 말하고 있지 않지만, 작가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무장된 그의 손길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고장이 난 병소에 닿아 있다. 그는, 신적 광기에 휩싸인 예언자와도 같이,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고발한다. 그의 시선의 초점은 주로 여성에 고정되어 있다. 그의 레퍼토리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음탕한 시선, 유아기의 티를 벗지 못한 여성 자신, 낙태를 가볍게 여기는 여성의 미숙한 성 의식, 소주 광고에 나오는 여성 모델과 그것을 부추기는 남성 지배의 문화 등등이다.

 여기서 이순종의 작가적 의식 혹은 시선의 프리즘은 ‘먹다’라는 동사에 결집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가 유달리 음식점의 입맛 당기는 음식물 실사 이미지에 주목하고 있는 점과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는 행위를 가리켜 ‘먹는다’고 표현하는 남성 지배의 문화 사이에는 분명한 유사점이 있다. 성애적 판타지나 음식물 판타지는 다 함께 ‘먹는’것과 결부되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며 또 다른 허상을 낳는다는 점이다. 이순종의 작가적 시선의 명철성은 그가 바로 이 점을 투명하게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는 우리 사회 전체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이 배고픔과 허상적 욕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고지해 준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역시 따뜻하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보는 비정상적인 이미지들, 오 마이 갓을 외치게 하고 진저리가 나지만 우리가 껴안고 사는 사랑 사랑 내 사랑입니다. 미워서 버리고 싶은 내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