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Main Notes / KR

에로스는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하고 물질을 변화시킨다. 물질은 유한한 존재라 불안하고 두렵다. 그래서 증식하고 분화하려 하고 갈등과 분란의 원인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고 역사이고 거기서 예술이 파생된다.

 

예술은 기운, 에너지, 윤활유인 에로스를 섭취하고 배설한다. 살아남고 살아 있기에 존재를 드러내고 끼를 발산하는 행위이다. 나는 그런 기운에 끌려 다녔다. 그래서 나의 작품은 에로틱하다. 망망대해에 부유하는 생각과 이미지들을 퍼 올리는 짜릿함과 퍼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마음껏 생각과 이미지를 낭비했다. 거룩한 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낭비는 바람을 타고 나는 듯이 신나지만 허망함으로 끝난다. 바람을 빼면 어찌될까. 찌르고 구멍 내어 바람이 새어나가 담담한 잔상만 남고 걱정이나 바람 빠진 희끄무레한 그림자만 남게 한다면…

 

터질 듯 탱탱한 이미지를 물렁하고 허술하게 뭔지 이름 붙일 수 없지만 모든 것이고 아무것도 아닌 그런 지점 그것이 본래 에로스의 진원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잉태하고 증식시키고 분화시키는 망망대해 같은 에로스. 에로스는 오히려 불안과 두려움의 부패를 막는 씻는 물이다. 나는 내안의 불안과 두려움이 썩지 않도록 에로스로 씻는다.